열세 살 소년의 카세트 플레이어 리뷰

2009. 7. 1. 14:38, 과학, ITodlinuf

오늘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79년 7월 1일은 소니 워크맨이 처음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인 날이다. BBC 매거진은 이날을 맞아 Scott Campbell이라는 열세 살 영국 소년에게 일주일 동안만 지금 사용하는 아이팟 말고 워크맨(카세트 플레이어)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를 Scott이 받아들여 특정 연령대 이하는 공감하고, 그 이상은 웃을 수밖에 없는 사용 후기가 탄생했다. (난 특정 연령대 이하.. )

일단 Scott은 크기에 놀랐다. 아버지가 크다고는 말해줬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이팟 부피에 비하면 대충 네다섯 배 정도일 테니 놀랄 만도 하다. 워크맨을 허리춤에 차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고, 통학 버스를 타면 친구들이 놀려대다가 나중엔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내가 가장 재밌었던 건 다음 문장이다.

사흘이나 지나고 나서야 테이프가 (단면이 아닌) 양면이란 걸 알았어요.
It took me three days to figure out that there was another side to the tape.

아이팟과 워크맨. 본문과 관계 없음. photo by Saucef. (c) Some rights reserved.

그뿐만 아니다. 지금 어지간한 MP3 플레이어엔 다 있는 shuffle(랜덤 재생) 기능이 없어 Scott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건 되감기/빨리감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잘못하다간 카세트 테이프가 안에서 엉킬 수도 있다는 걸 아버지한테 듣고는 적잖이 놀란 눈치다. 아이팟에 수천 곡을 넣을 수 있지만, 워크맨으론 10곡 남짓 밖에 들을 수 없어서 테이프를 자주 갈아 끼워야 한다는 것도 Scott에겐 귀찮은 점이었다고 한다. 한편, 워크맨에도 나름대로 봐줄 만한 점을 발견했으니, 바로 헤드폰 소켓이 두 개라는 것과 집에 있을 땐 건전지가 닳을 걱정하지 않고 전원을 연결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서 참 다행이에요. 선택의 폭이 넓고 기능도 더 많거니와 기기는 훨씬 작으니까요. 또 제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기술이 이미 발달했다는 게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 줄 모른답니다. 매일 이렇게 원시적인 장치를 쓴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Personally, I'm relieved I live in the digital age, with bigger choice, more functions and smaller devices. I'm relieved that the majority of technological advancement happened before I was born, as I can't imagine having to use such basic equipment every day.

그래, Scott. 신기하지? 하지만, 30년 뒤, 아니 20년 뒤쯤엔 너도 나처럼 격세지감을 느낄 거야. 그때쯤엔 어떤 기기가 나올까? 기기를 휴대할 필요 없이 내가 어딘가에 저장한 음악이 바로 무선으로 전송되는 이어폰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7년 뒤에 태어날 아이들이 열세 살이 돼서 아이팟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고 보자고. : )

UPDATE(2009.7.2, 오전 12:05) 기사 맨 아래 Scott Cambell이 Net New Daily의 co-editor라고 쓰였길래 "설마 어린나이에 그럴리가. 아버지겠지."라고 무심히 넘겼는데, 저녁에 알고 보니 이 열세 살 소년이 Crunch Gear에 기고도 한단다. ㄷㄷㄷ 네가 어린 나이에 수고가 많다.

Source: BBC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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