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좋았던 예인선과 그 배 선장

2009. 3. 6. 22:51, 사건, 사고odlinuf

  아마도 이 배의 선장은 죽다 살아난 심정이었을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79년 4월 28일, 미국 앨라배마 주 Tombigbee 강에 있는 Old Rooster Bridge(지금은 사라졌다고 함)에서 믿기 어려운 사건 하나가 발생했는데, 당시 이 지역에 비가 많이 왔는지 강의 수위는 유례없이 높았고 물살마저 셌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 상류에서 채취한 강판 원료를 실어 나르는 바지선과 예인선 한 척이 다리 오른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찾을 수 없어 모르겠지만, 이 다리는 배가 다니도록 가운데 부분이 열리는 개폐식 다리였는데, 선장은 그나마 물살이 약한 다리 오른쪽 아래로 바지선을 먼저 띄워 보내고 예인선은 다리가 열린 가운데로 통과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선원들은 바지선과 연결된 모든 줄이며 장치를 해제하고 나서 바지선으로 옮겨 타려고 했으나 이들은 물살의 세기를 얕봤던 것 같다. 예인선이 예상보다 일찍 다리에 가까이 붙자 당황했던 것인지 아니면 깜박 잊어서였는지 오른쪽 줄을 미처 풀지 못한 나머지 바지선에 끌리고 물살에 휩쓸려 배는 다리에 부딪힌다.

  바지선에 묶인 예인선은 다리 쪽으로 쏠리고 이 와중에 줄이 끊기지만, 때는 이미 늦었으며 갈 곳 없는 배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아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다리 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예인선은 물속에 잠긴 상태로 다리 밑을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떠오른다.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물이 보이시는가?

  예인선은 머금었던 물을 쏟아내면서 잠시 헤어졌던 바지선과 만나고 아래 사진에서처럼 기적적으로 다시 연기를 내뿜고 움직인다.


  당시 이 배의 한 선원은 예인선이 가라앉지 않았던 주된 이유로 가득 찬 연료를 꼽는다. 다리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금방 주유를 하고 왔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변하지 않아 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연료가 가득 차 있지 않았다면 예인선은 그대로 가라앉고 말았을 것이라면서. 위 사진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한 지역신문 기자가 찍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얘기는 작년 11월 초에 했어야 옳았다. 그놈의 은행용 n 머시기 엑티브엑스가 예고도 없이 컴퓨터 전원을 앗아가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훨씬 업그레이드된 환경에서 작업하게 됐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내다 지난 달쯤에 이 기억이 나서 열심히 구글링했지만, 그때 자세히 읽어보지 못했던 탓에 얼핏 봤던 '배'와 '다리', 그리고 '전복'이란 키워드로만 검색하느라 오늘에서야 포스팅한다.


All images via m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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