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죽은 후 웹서비스 개인정보 관리는?

2009. 3. 20. 21:30, 과학, ITodlinuf

  만약 내가 죽는다면 블로그나 각종 웹사이트에 올린 글과 사진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인터넷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은 지 겨우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매일 이 가상공간 안에서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어느 곳엔가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블로고스피어상에서 쓰는 내 이름인 'odlinuf'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이곳으로 연결되는데, 이제 odlinuf란 이름과 이 블로그는 인터넷 공간에서 영원불멸일까? 만약 내가 죽는다면 이용중인 이메일 계정이나 그곳의 개인정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내가 가져왔던 궁금증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07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정다빈. 그녀는 사망하기 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미니홈피 계정은 살아있고 아직까지도 수많은 팬이 그곳에 안부를 남긴다. 또 한 명은 2005년 TV 뉴스에도 소개된 적 있는 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서, 나와도 학창시절에 안면이 있던 사람이라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역시 그녀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사망 전에 남긴 글과 사진이 관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이것이 과연 그들이 원하던 바였을까?

배우 故 정다빈 미니홈피

  개인이 웹호스팅을 이용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각종 자료는 그 사람이 죽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버에서 삭제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티스토리나 싸이월드처럼 가입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는 본인이 탈퇴하지 않으면 기록이 지워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티스토리네이버 가입 약관정보통신망법을 살펴봤지만,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보통신망법은 워낙 양이 많아 '사망', '유고' 등 죽음과 관련된 여러 단어로만 검색)

  인터넷이 활성화된 지 10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 이른 감은 있으나, 가입자 사망 이후 개인정보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도 우리를 위해서나 웹서비스 업체를 위해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조차도 다음이나 네이버, 구글 등 이메일 계정에 보관된 수많은 이메일이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남는 것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메일이 가진 성격은 블로그와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네덜란드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누군가 사망했을 때 생전에 트위터, 플리커 등 각종 사이트에 등록한 프로필이나 기타 기록을 지워주는 웹서비스가 등장했다. 네덜란드는 Ik R.I.P., 그리고 미국은 레거시 라커(Legacy Locker)다. 말하자면 '디지털 유서' 또는 '디지털 장의사'인 셈이다. Ik R.I.P.는 돈에 관한 언급이 없는 만큼 무료 서비스로 보이며, 다섯 군데 웹사이트에 저장한 내 기록과 정보를 사후에 선택 삭제되게끔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준다. Legacy Locker는 자신이 죽고 난 다음 가족이나 친구에게 본인이 속했던 곳의 정보(아이디, 비밀번호)와 유서를 제공해주는 유료 서비스다.

  말을 아꼈지만, 안타깝게도 매일 누군가는 사망한다. 그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했던 사람이라면 생전에 남긴 개인 정보와 기록은 대부분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딘가에 남는 것이 사실이다. 가족이 요구하면 그 기록을 삭제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정인 것으로 안다. 자신이 가입한 웹사이트조차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마당에 죽은 사람이 어느 웹서비스에 가입했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죽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일이라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외국 사례와 같은 웹서비스가 우리나라에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고 보니 벌써 준비하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OE. 수년 내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해보련다. 그 땐 이곳에 공개할 테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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