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만에 처음 만난 펜팔친구 사연

2009. 6. 1. 10:55, 경제, 생활odlinuf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편지를 주고받는 펜팔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다. 종이에 글을 써서 편지 봉투에 넣고 그걸 우체국에 가져가 부친다는 게 처음엔 신나지만, 계속 하다 보면 귀찮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쓸거리가 없어지는 탓이다. 아,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62년 동안이나 이메일도 아닌 종이 편지를 주고받은 이 두 할머니처럼.

Waverley, Joyce 할머니

왼쪽 Joyce, 오른쪽 Waverley

올해 78세로 뉴질랜드에 사는 Waverley Neutze와 영국에 사는 80세 Joyce Sims 할머니가 처음 서로 안 건 1947년 Joyce 할머니가 한 신문에서 펜팔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나서다. 물론 그곳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뉴질랜드에 사는 Neutze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꿈 많던 소녀 시절부터 시작해 결혼, 자식, 손자,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던 것이다. 62년 동안 서로 얼굴은커녕 목소리조차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5월 24일, 뉴질랜드 Waverley 할머니가 영국 할머니 Joyce씨 댁을 찾았다. 2008년에 Waverley 할머니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Joyce 할머니가 슬픔에 잠긴 할머니를 위로해주려고 기분전환도 할 겸 한번 다녀가라고 했던 모양이다.

Waverley를 잘 아는 것처럼 느껴져요. 함께 자란 가족이나 다름없죠. 비슷한 시기에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고 자식들까지도 거의 동시에 낳았답니다. 그리고 늘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I feel I know her so well, she’s part of the family. We’ve grown up together really. We met our husbands, got married and had families at nearly the same time, and always kept in touch.

Joyce 할머니는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았지만, Waverley 할머니는 컴퓨터도 없거니와 종이 위에 글씨 쓰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두 분이 컴퓨터에 어느 정도 능숙하다 할지라도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았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디 앞으로도 계속 두 분 서로에 대한 애정, 우정 변치마시길.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범람하는 세상에 이토록 애틋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니, 존경스럽다.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어렸을 적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연습장에 초벌로 쓴 다음 깨끗한 편지지에 옮겨 쓰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해도 지저분해지긴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종이 편지 보내기가 쑥스러울 만큼 이메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C'est la vie.

Source: Times Online


로모 카메라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산타클로스의 Gmail 계정 들여다보기
엉성한 거미그림이 무려 1,500만원
요조숙녀의 Mail Goggles 리뷰
개발자들을 안아 줍시다


 

희한했나요? Oddly Enough에서 발행하는 글을 무료로 구독하세요. RSS 또는 이메일
트위터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엄~청 재미납니다. : ) Follow me!

CCL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가 정한 조건하에서만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Oddly Enough를 구독하시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Oddly Enough 구독자 수

피드 주소   구글 리더   한RSS

트위터

이메일 구독 이메일로 받아보기
 

이메일 구독신청 방법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 2008 Oddly Enough.
Oddly Enough is powered by Tistory. Blog Design is based on 960 grid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