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혼자서 23년간 집 해체, 조립

2009. 6. 10. 12:54, 문화, 여행, 음식odlinuf

난 이 할머니를 DIY(Do It Yourself)의 달인으로 모시고 싶다. 혼자서 집의 벽돌과 기둥, 지붕에 얹은 기와까지 모두 분해한 다음 16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져가 원래대로 조립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약간 받았지만, 대부분 할머니 혼자 힘으로 해냈다. 분해와 조립에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23년.

1911년 런던에서 태어난 May Alice Savidge 할머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나머지 생계를 유지하려고 어린 나이에 비행기 제조 공장에서 제도공으로 일했는데 결과적으로 놓고 보자면, 이때 경험이 May 할머니에게 무척 소중했을 것이다. 열여섯에 만나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1938년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슬픔을 잊지 못하고 좀처럼 집에서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47년 Hertfordshire에 지어진 지 500년이나 된 집을 한 채 샀고 바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이 때도 지붕 수리를 제외하고 벽돌, 목재 일 등등 모두 할머니 혼자 힘으로 해결했다.

옮기기 전 모습

세월은 흘러 1953년, 이 마을 의회가 뜬금없이 May 할머니에게 이곳으로 도로를 내야 하니 집을 헐어야 한다고 통보하자 할머니는 집이 무너지는 걸 보느니 차라리 집을 옮기겠노라며 장장 15년 동안 정부와 싸우면서 버텼다. 급기야 1969년 어느 날 불도저 몇 대가 집 앞으로 몰려오자 이때부터 할머니는 서까래, 기둥, 유리 등 집 '부속품'에 번호를 매기기 시작했다. 정말로 집을 옮길 작정이었던 것이다.

집을 '분해'하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집을 나가지 않고 겨울이면 추위에 떨면서 지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차츰 퍼지자 사람들은 힘내라며 성금을 보내주기도 했다. Norfolk에 있는 한 바닷가 마을에 땅을 사서, 정부로부터 허가도 얻은 다음 분해한 것들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길 11번, 드디어 할머니는 집을 조립하기 시작한다. 1971년에 집 기초 공사를 끝내고 벽돌을 쌓았으며, 8년 뒤에야 지붕에 기와를 얹었다.

01

May 할머니는 70세가 되던 해에 비로소 혼자 힘으로 지은 'DIY' 집에 입주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틈틈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던 1986년 어느 날, 이 소식을 접한 영국 여왕이 버킹엄 궁 파티에 초대해서 할머니를 격려했다고 한다. 그렇게 평생 집 하나에 온 정성을 바쳤던 할머니는 조카에게 집을 물려주고 1993년 세상을 떠났다.

조카 Christine Adams는 고(이)모의 뜻을 받아들여 할머니가 남긴 물건을 팔아 모은 돈으로 이 집을 수리해 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지금은 Bed & Breakfast(민박집)를 운영 중이라고 하니 혹시 이곳을 여행하시려는 분은 꼭 들러보시길 권한다. 이 집이 있는 곳은 영국 Norfolk의 Wells-Next-the-Sea로, B&B 이름은 Ware Hall이다. 구글 맵스 위성사진

스페인에서 혼자 성당을 짓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이런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일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혼자 힘으로 멋진 성을 짓는 미국인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이제 May 할머니까지. 앞으로 몇 명을 더 찾을지 벌써 기대된다. 물론 그 소식은 이곳 Oddly Enough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다. : )

Source: Mail on Sunday


혼자 힘으로 성 한 채 짓기만 40년째
40년째 홀로 성당을 짓고있는 남자
구글 어스와 일본의 부라쿠민
여성이 남성보다 DIY 조립에 능하다
120억짜리 집이 무단 점유된 사연


 

희한했나요? Oddly Enough에서 발행하는 글을 무료로 구독하세요. RSS 또는 이메일
트위터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엄~청 재미납니다. : ) Follow me!

CCL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가 정한 조건하에서만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Oddly Enough를 구독하시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Oddly Enough 구독자 수

피드 주소   구글 리더   한RSS

트위터

이메일 구독 이메일로 받아보기
 

이메일 구독신청 방법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 2008 Oddly Enough.
Oddly Enough is powered by Tistory. Blog Design is based on 960 grid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