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힘센 홍콩 까치

2009. 2. 24. 14:34, 우주, 자연odlinuf

  까치는 전통 민요나 민속화에도 자주 등장하여 우리에게 꽤 친숙한 새다. 이 때문인지 아침에 까치 우는소리를 들으면 그날 반가운 소식이 있을 징조라 여긴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엔 애써 키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하여 일부 농촌 마을에서는 골칫거리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방 창문을 열면 보이는 (일종의) 숲에도 까치가 자주 날아들곤 하는데, 어려서부터 까치는 길조(吉鳥)라 여겨왔던 탓에 아침부터 이 녀석들 울음소릴 들으면 왠지 모르게 그날 아침은 더욱 상쾌하다.

image by challiyan. (c) Some rights reserved.

  언제 한 번은 까치 한 쌍이 숲 바닥을 헤집으면서 무언가를 찾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먹이를 찾나 싶어 유심히 지켜봤는데, 이상하게도 떨어진 나뭇가지를 계속 건드리는 것이었다. 한 마리가 지름 약 1cm, 길이 30-40cm 정도의 막대기 하나를 입에 물고 날아오를 때서야 이 까치 부부가 둥지를 지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사람 같으면 대충 길이와 두께를 보고 냉큼 집어 들으련만, 이 녀석들은 가져가기에 적당한 나뭇가지를 부리로 물어 올려보고 그 무게를 가늠하는 듯했다.

  나뭇가지를 애용하는 우리 동네 까치와는 달리, 홍콩에 있는 까치 둥지의 약 1/3은 철사나 고철을 섞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됐다. 그것도 지난주에야 밝혀진 사실이다. 홍콩의 한 거리에 40여 개의 철사(쇳조각)가 흩어져 있었고, 지나가던 한 여성이 위에서 떨어진 철사에 머리를 맞는 사고아닌 사고가 발생해 조사해보니 나무 위의 까치둥지가 범인이었던 것이다. 홍콩 당국은 까치들이 근처 건설 현장에서 철사를 물어다 둥지를 튼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홍콩 Bird Watching Society에 따르면, 나일론 끈이나 플라스틱 등이 사용된 새 둥지는 보고된 바 있지만, 이처럼 쇠로 지어진 둥지는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까치들도 가끔은 철사를 물어다 둥지를 튼다고 어딘가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나는데, 이로 인해 까치가 전신주 위에 집을 지으면 합선이 발생해 정전이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까치가 쇠를 애용할 줄이야.

  살아야 할 집은 마련해야겠고, 적당한 나뭇가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자 궁여지책으로 철사를 물어 나른 것이다. 한 마리가 하니 소문이 나 너도나도 따라 했을 테고 말이다.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둥지 틀 때의 힘겨움이나 그 속에 들어앉아 있을 때의 아늑함이 나뭇가지만 하겠는가. 홍콩 여행 계획이 있는 분들께서는 혹시나 하늘에서 떨어질지 모를 쇳조각을 조심하시기 바란다. 이 힘센 까치들이 서식하는 지역은 홍콩의 투엔문(屯門區)이다.


Source: Exa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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