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이딴 식으로 수집하나?

2009. 1. 29. 18:16, 비지니스, 시사odlinuf

조금 전, 오랜만에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구매할 물건이 있어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노란색 편지봉투 아이콘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옆엔 '확인하지 않은 쿠폰(1)이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지만, 광고가 분명했다. 그래도 없이 사는 마당에(흑흑..) 1,000원 쿠폰이라도 감지덕지다 싶어 뭘까하고 클릭했는데,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보시다시피 온통 '옥션' 글자와 로고가 붙어 있다. '옥션에서 행사를 하나 보네?'


그래도 초등학교 다닐 땐 축구부 코치선생님이 날 스카웃까지 하려고 애를 쓰셨던 몸이라, 골키퍼의 허점을 바로 간파하고 나서 골대 오른쪽 아래로 느긋하게 밀어 넣었다. 그러더니 'GOAL'이라는 글자가 화려하게 지나간 다음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입력하란다.


로그인까지 한 마당에 옥션에서 왜 이런 정보를 요구할까 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찬찬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맨 마지막에 쓰여있는 글귀가 나를 열받게 만든다.

"본 이벤트는 옥션과 관련이 없으며, 입력하신 개인정보 또한 옥션에 제공되지 않습니다. 제공된 개인정보는 동양생명(주) 및 (주)디엔에스의 경품제공 및 이벤트 소식제공 등에 활용됩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다 급체해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소린가. 옥션과 관련이 없다니. 이벤트 페이지는 옥션으로 도배해놓고 옥션과 관련이 없다니. 나야 컴퓨터와 친구 먹은 사이라 이런 지뢰를 (쉽진 않지만) 피해갈 수 있다 하더라도, 컴퓨터와 서먹서먹한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 대부분은 개인정보 모두 입력하고 입력완료 버튼까지 누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고 나면 입력한 개인정보는 그 빌어먹을 동양생명과 디엔에스로 1/1000000000000초 만에 전송될 것이고. 이것은 낚시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명백한 악성 낚시다.

그 허울 좋은 마케팅도 좋지만, 돈도 좋지만, 이제 그만 좀 해라. 사람들 속여가면서까지 개인정보 가져가야겠나? 맨 아래 문구 적어놨으니 속인 게 아니라고? 이것은 마치 성추행범이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프리 허그(free hug)'해준다고 크게 써 붙인 다음, 맨 아래 조그만 글씨로 "본 이벤트는 본인의 성적 쾌락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쓴 것과 다름없다. 비단 위 업체들뿐만은 아니지만, 작작 좀 해 처먹어라.

OE. 평소와 다르게 말이 거친 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제가 개인정보에 워낙 민감한지라, 흥분한 상태에서 글을 휘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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