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선 돈만 있으면 어려운 숙제도 뚝딱

2009. 3. 5. 14:49, 역사, 교육odlinuf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저학년 때였던 것 같다. 당시 문제집을 한 권 풀라는 어머니의 명령을 받고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난 그다지 될성부른 떡잎이 아니었던 탓에 반쯤 풀다 짜증이 났고, 머릿속에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문제집 맨 뒤의 답안지를 보고 그대로 베끼는 것. 일사천리로 베껴나갔다. 다 풀고서(?) 어머니께 검사를 받는 시간. 갑자기 어머니가 웃으시고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시면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셨다. 베끼면서도 답이 '생략'인 문제가 꽤 있어 줄곧 궁금했던 단어다.

   이 사건 덕택에 '생략'이란 단어의 뜻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었고, 아직도 중략, 생략이란 단어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곤 한다. 함부로 숙제를 베끼다간 큰코다친다는 교훈을 얻은 나름대로 값진 경험이었다. 내 경우처럼 '생략'이란 단어에 얽힌 추억이 있으신 분들도 꽤 계시리라 생각하는데, 그분들은 자진 납세해 주시길. : )

   앞으로 몇 시간 뒤 프랑스 시각으로 3월 5일 오후 2시면 한 웹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한다. Fais Mes Devoirs란 곳인데, 뉴스에 따르면 이곳은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을 알선하는 웹사이트다. 간단한 숙제는 5유로(약 10,000원), 프리젠테이젼이 필요한 복잡한 숙제는 80유로(약 15만 원)라고 한다. 짐작하겠지만, 이를 두고 프랑스 교육계에서 말이 많은가 보다. 이 서비스 업체 측은 단순히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일 것이기 때문에 숙제를 사더라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명한다.


   기사를 통해 domyhomework.com이란 곳도 가봤지만, 직접 서비스만 하지 않을 뿐이지 수많은 숙제 도움 웹사이트를 연계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숙제 포털 사이트'다. 이 중 한 웹사이트를 둘러봤다. Any Time Tutor란 곳인데 학생이 이메일이나 팩스로 문제를 보내면 한 시간 내로 답안을 보내준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이곳이 정해놓은 가격표다.

   돈을 받고 숙제를 대행해주다니, 세상사에 쫓겨 지내던 나머지 이런 곳이 있는 줄 여태 몰랐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이런 웹사이트가 있나 검색해봤는데 과연 정보통신강국답다. 방학숙제를 돈 받고 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숙제를 대신 해주겠다는 카페와 블로그가 상상외로 많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을지 모를 현재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생을 조금 더 산 선배로서 여러분에게 도움될만한 말을 해주고 싶다. 개인지도 차원을 벗어나 생각없이 단순히 돈만 주고 숙제를 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남는 게 없다. 친구가 한 숙제 베껴봤던 사람은 알겠지만, 뭐 남는 게 있던가? 괜히 눈앞에 불 꺼보겠다며 이런 곳에서 돈 낭비, 시간 낭비하지 말고 숙제는 자신의 힘으로 하기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 그것이 네가 잘 살고, 가족이 잘 살고,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대접받는 길이다.


Source: Reuters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기억력 향상 비법은 낙서하기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중국 학생들
인터넷 스타되는 법 가르치는 유명 대학교
원소주기율표, 외우지말고 이해합시다
한국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웹사이트


 

희한했나요? Oddly Enough에서 발행하는 글을 무료로 구독하세요. RSS 또는 이메일
트위터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엄~청 재미납니다. : ) Follow me!

CCL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가 정한 조건하에서만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Oddly Enough를 구독하시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Oddly Enough 구독자 수

피드 주소   구글 리더   한RSS

트위터

이메일 구독 이메일로 받아보기
 

이메일 구독신청 방법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 2008 Oddly Enough.
Oddly Enough is powered by Tistory. Blog Design is based on 960 grid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