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홀로 성당을 짓고있는 남자

2008. 9. 1. 13:18, 디자인, 예술odlinuf

image by Vlastula (flickr.com/photos/vlastula)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 가든지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옛부터 교회중심 사회였던 유럽은 각 나라마다 유명한 성당이 있게 마련이며, 또한 그 유명한 성당은 대부분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해서 여행자들은 신자로서 또는 (저처럼) 당시의 여러가지 문화를 간접 체험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합니다. 저같은 사람들이 성당에 가게되면 처음에는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 감탄하고, 두 번째로는 많은 관광객때문에 입이 벌어집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다녀왔다'라는 단순한 생각 외에 자신에게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하고 혼자 궁금해 한 적도 있습니다.

성당과 같은 건축물은 주로 교회로부터의 지시나 왕명을 받은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교회와 국가로부터 물심양면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건축이라는 것이 한 두 푼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레고 성 쌓듯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 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금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스페인의 한 성당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당의 벽돌은 하나 둘 씩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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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o Gallego Martinez가 성당을 짓기 시작한 해는 1961년, 40년을 훌쩍 넘어 이제 그가 이 일을 시작한 지 반백년에 가까워져 가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근교 마을 Mejorada del Campo에 살고 있는 그는 원래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평범한 수사(修士)였지만, 결핵이라는 병을 얻어 몸이 약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수도원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 때 그는 성모 마리아에게 다짐합니다. "병이 낫는다면 당신을 위한 사원을 짓겠습니다." 그는 병이 나앗고,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 평생을 바쳐 성당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약속도 약속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벽돌을 하나 하나 쌓아 올리는 것은 하나의 고행과도 같습니다.

건설 자재는 대부분 드럼통, 나무,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품이며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도르레도 그가 직접 자전거 바퀴를 개조해 만든 것입니다. 물론 다른 공사현장에서 쓰다 남은 건설 자재를 구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붕에 돔을 만들 때는 6명의 조카들이 그에게 도움을 주었고, 여름이면 가끔씩 자원하여 오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험한 작업을 해야하는 경우엔 사람을 사서 공사를 진행해 왔으며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여 자문을 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여러분에겐 의문점이 하나 생길 것입니다. "도대체 그럼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지?" 다행히 그가 빈털터리는 아닌가 봅니다. 그에게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있어서, 이 땅을 팔거나 빌려주는 돈과 기부금으로 건설비용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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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o Gallego Martinez. image by gmalon (flickr.com/photos/guillermomalon)

사람들은 그를 'el loco de la iglesia - 교회의 얼간이'라고 비웃었고, 지역사회는 물론 정부와 종교단체들은 그를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방송사와 신문을 통해 알려진 지금 그와 성당을 지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여태 그래왔듯 눈에 거슬리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이 성당이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편, 건축 업자들과 전문가들과은 성당의 구조적인 안정성에 대해 확신을 못한다는 입장이어서 누구도 앞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 성당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Martinez는 그가 죽고 난 뒤에 성당도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릴까 걱정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건축가들은 이 성당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지어져 완공되기까지는 약 20~30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의 나이가 여든 셋이라고 한다면 산술적으로 그리고 인간의 수명을 고려해 봤을때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의 열정만으로 본다면 그는 이미 성당 10개를 짓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물론 자신과의 약속도 지켰다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도 성당 안에서 그는 시멘트를 개고 사다리를 올라가 묵묵히 작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우디가 몇 백 년이 지나도록 완공하지 못하는 성당을 Martinez 할아버지는 신념 하나만으로 그것도 혼자 힘으로 버티면서 이와 같이 웅장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만약 이 성당이 그의 손으로 완성된다면 세계 어느 성당과 비교할 수 없는 값어치상징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반드시 이 고행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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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Earth
Source: City Noise,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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