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저울질하는 영국의 한 마을

2009. 3. 17. 21:52, 비지니스, 시사odlinuf

  2004년 3월 12일 아침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던 날이다. 부끄럽게도 이 소식을 한 이탈리아 녀석에게 전해들었다. 대머리에 정말 밥맛 떨어지는 행동을 하고 그에 걸맞은 성격까지 가진 녀석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하는 내게 조소(그렇게 보였다)를 띠며 오더니 "너희 대통령 탄핵당할지도 모른다든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드러내 보이진 않았지만, 정말 기분 더러웠다. 좋은 일도 아닌데, 다른 나라 녀석에게 전해 듣다니.

  영국 버킹엄셔州의 High Wycombe라는 마을에서 행해진다는 한 풍습(전통)에 대한 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5년 전 이 사건이 떠올랐다. 그다지 비슷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 생각이 났을까. 여하튼, High Wycombe에서는 마을의 자치단체장(편의상 이하 시장)을 매년 저울에 매단다고 한다. 검색해봐도 공식적인 문서나 기록은 찾을 수 없으니 사실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몇몇 외국 블로그에 올려진 글과 한 장의 사진만으로 짐작할 뿐. 아마도 너무나도 작은 마을의 풍습이라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BBC에서 기사를 찾았다. 그리고 Wycombe 자치단체 웹사이트도.

image via Mayor of High Wycombe

  위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다. 시장이 저울에 올라가 앉았고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만약 몸무게가 임기 초 혹은 이전 해에 잰 몸무게에 비해 조금이라도 늘었다면 시민들이 조롱하거나, 이따금 토마토 등 썩은 과일을 던지기도 한단다. 시민의 혈세로 살을 찌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도구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이 마을 풍습, 또는 하나의 볼거리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Scales of Justice'가 아닐 수 없다.

  Wycombe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풍습은 16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장을 저울에 매달아 몸무게를 재고, 업무 평가를 하다니. 이것도 국내 도입이 절대적으로 시급해 보인다.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조기를 게양하느니 사표를 쓰겠다
보수성향을 지닌 사람은 겁쟁이?
권위있는 과학잡지 표지 장식한 스트립바 광고
아이슬란드,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예요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받은 펭귄


 

희한했나요? Oddly Enough에서 발행하는 글을 무료로 구독하세요. RSS 또는 이메일
트위터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엄~청 재미납니다. : ) Follow me!

CCL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가 정한 조건하에서만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Oddly Enough를 구독하시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Oddly Enough 구독자 수

피드 주소   구글 리더   한RSS

트위터

이메일 구독 이메일로 받아보기
 

이메일 구독신청 방법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 2008 Oddly Enough.
Oddly Enough is powered by Tistory. Blog Design is based on 960 grid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