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과학잡지 표지 장식한 스트립바 광고

2008. 12. 10. 21:51, 사건, 사고 — odlinuf 씀

외국어를 어딘가에 사용할 때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혹 인터넷에서 우스꽝스럽거나 뜬금없는 뜻의 우리말이 쓰인 옷을 입고 다니는 외국인들 사진을 발견하고서 재미있어하곤 하는데,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외국어가 새겨진 옷이 단지 멋있어 보여서, 예뻐 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입는 경우가 있지만, 그들이 봤을 때 글의 의미가 무엇인지 혹은 어떤 느낌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들이 모르는 것처럼.

독일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과학 연구소인 Max Planck Institute(위키피디아)가 발행하는 과학잡지 Max Planck Forschung(Research) 紙가 저지른 실수는 그야말로 관계자라면 발가락이 오므라들 정도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Max Planck Research 편집진은 최근호를 펴내면서 커버를 장식할 아름다운 중국 시 한 편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호의 특집이 중국에 관련된 것이었다나.

그들은 마음에 쏙 드는 글귀를 마침내 찾아냈고, '아무 생각 없이' 이를 잡지 표지로 결정한다. 그러나 잡지를 발행하고 나서야 그 중국어로 된 '시' 한 편이 어떤 뜻인가에 대해 중국인 전문가나 하다못해 중국인 유학생을 불러 미리 자문했어야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Max Planck Forschung 紙가 실은 그 중국 글은 중국의 어느 스트립 바에서 손님을 끌고자 길거리에 뿌리는 그것도 매우 선정적인 광고전단 내용이었던 것이다. 아래 그림이 바로 문제의 잡지 겉표지다.

image via Independent

인디펜던트紙는 이 글귀가 대충 "요염한 미시 종업원들이 있으니 들르라/놀다가라"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Max Planck Forschung 측은 즉시 해명을 통해 발행 전 독일인 중국 연구가의 감수를 받았다고 했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도 그 감수자는 물론이고 Max Planck 재단에게 이로울 것은 없어보인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도대체 그 '중국 연구가'란 어떤 연구를 하는 사람일까?

이제부터라도 여러분이 입는 옷에 쓰인 외국어 글귀가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파악하고 다니자. 외국인의 눈에 띄어 내 얼굴과 옷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외국인들의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UPDATE (2008.12.11, 오전 11:57) 댓글을 달아주신 chinchin님께서 친절히 위 '시'를 번역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