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은 총기, 마약 다음가는 밀수품목

2008. 9. 2. 15:58, 사건, 사고odlinuf

Saguaro 선인장. image by jonkeegan (flickr.com/photos/jonkeegan)

어릴 적, 어머니가 화초 가꾸는 것을 좋아하신 덕택에 거실의 약 1/3은 화분이 차지하고 있었고, 겨울이 되면 발코니에 있던 화분들까지 들여 와 집 분위기는 마치 정글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 중에 제가 가장 싫어했던 것은 선인장. 서너 종류의 크고 작은 선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재수가 없었는지 장난치다 선인장 화분을 건드리게 되었고, 동그랗고 조그만 선인장이 제 손목으로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선인장의 하얀색 가시는 작고 부드럽지만 아주 촘촘히 나 있었기 때문에 일단 박히게 되면 하얀 털이 난 것 마냥 무수히 박힙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저는 선인장이란 식물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인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 되나 봅니다. 희귀 선인장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의 황무지에서 양국 정부가 보호하고 있는 선인장들을 뿌리채 뽑아 밀수하는 밀수꾼과 관광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밀반출되는 품목은 마약과 총기류, 그 다음이 야생 동·식물이며, 선인장은 그 중에서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인데, 타임紙에 의하면 이 선인장들은 주로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체코일본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그럼 이 지역의 선인장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두 부류가 있습니다. 전 세계 희귀종을 모으려는 일부 몰지각한 수집가들과 peyote라는 선인장에서 환각물질을 추출하려는 사람들. 특히 이런 수집가들은 화훼유통시설같은 곳에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기 보다는 직접 이 지역에 와서 희귀한 선인장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뽑은 다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집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The downside is that this is a world some people have a sense of greed, a need for personal acquisition. 부정적인 측면은 이곳이 욕심을 가진 자들과 개인 취득물을 원하는 자들의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 Dick Wiedhopf, 미국 선인장/다육식물 협회 Tucson 지부장

제가 또 싫어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동물원입니다. 자연과 함께 멀쩡히 생활하고 있던 동물을 옮겨와 가둬놓고, 창살 너머로 구경하자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일까요? 그렇다고 제가 동물보호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한평생을 우리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가 불쌍하게 느낀 나머지 언제부턴가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을 뿐입니다. 선인장과 동물원의 동물 사이에는 공교롭게도 인간의 욕망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군요. 아마도 그들은 우리가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존재해야만 하는 인간의 노리갯감에 불과한가 봅니다.

Source: Tim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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