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에서 발견된 유럽 최고(最古) 미라

2009. 3. 9. 23:59, 과학, ITodlinuf

  1991년 9월 19일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 사이에 있는 Schnalstal 빙하에서 이 지역을 여행하던 독일인 부부 Helmut Simon과 Erika Simon에 의해 한 시체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들은 곧 여느 시체와 달리 허리 아래가 빙하 얼음 속에 묻힌 미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고를 받은 오스트리아 관련 기관은 조사에 나섰지만, 고고학 지식이 없다고 볼 정도의 허술한 발굴 작업으로 말미암아 엉덩이 부분이 훼손됐고, 또한 발굴이 있기 전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여 미라가 입고 있던 옷과 미라 주위의 몇몇 도구가 사라지기도 했다. 위키미디어로 가면 발견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외츠탈(Ötztal)이란 지명을 따서 외치(Ötzi)라 이름 붙여진 이 미라는 오스트리아 Innsbruck에 있는 한 시체 보관소로 옮겨졌고, 5,300년 전에 살았던 '유럽 최고(最古)의 미라'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전 세계 고고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 미라는 5,000년 동안 얼음 속에 묻혀 지냈으나,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상반신이 드러났기 때문에 어찌 보면 기후 변화가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같은 해 10월, 발견 지점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루어져 이탈리아 국경선 안쪽으로 92.56미터 지점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 미라는 다시 이탈리아 Bolzano의 고고학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 미라의 더 자세한 모습을 보길 원하는 분은 미라/냉동인간 연구소인 EURAC Research를 방문하시되, 너무나도 선명한 사진이 보는 이로 하여금 역겨움을 느끼게도 할 수 있으니, 임신부나 비위가 약하신 분은 위 링크를 클릭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시기 바란다. 참고로 말하면 사진 왼쪽 위에는 +, - 표시로 된 확대 버튼이 있어 엄청나게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다.

  5세기 전에 살았던 이 사람이 빙하에 갇히게 된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있고, 최근엔 가슴을 관통한 화살이 치명상을 입혔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과는 별개로, 발견 당시 다른 한 곳에선 지루한 싸움을 준비한다. 바로 이 미라를 둘러싼 법정 싸움이다.

  1994년 이탈리아 관련 기관은 미라를 발견한 독일 부부에게 10만 리라(€5,200, 약 천만 원)를 제안했으나, 이들은 거절한다. 2003년, 이 부부는 Bolzano 법정에서 외치 발견의 공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발견자로 등록해줄 것은 요청한다. 이탈리아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같은 해 12월 이 부부가 보상금으로 미국 돈 30만 달러를 요구하자 지방 정부는 이를 거절하고 상소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한 슬로베니아 여배우가 나타나 자신이 이 미라를 제일 처음 발견했으며 지나가던 독일 부부에게 미라의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 스위스 사람은 자신이 미라를 먼저 발견했고 DNA 테스트에서 자신의 DNA가 발견되도록 침을 뱉어놨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다 불행히도 남편인 Helmut Simon이 이듬해인 2004년에 죽고, 2006년 6월에야 비로소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최초 발견자로 인정받아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보상금 지급 책임이 Bolzano 정부로 돌아가자 이 지방 정부는 여러 이유를 들어 5만 유로 이상은 곤란하다며 또다시 대법원에 상소한다. 2년이 지난 2008년 9월 29일 14년에 걸친 이 법정 공방은 양측이 합의하여 Bolzano 정부가 Simon 부인에게 15만 유로(약 3억 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똑같은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자신은 없지만) 그깟 시체 한 구가 뭐길래, 그깟 돈이 뭐길래. 그나저나 이 미라가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일까, 아니면 기후와는 상관없이 그저 나타날 때가 되어서 발견됐던 것일까? : )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
나일 강과 아마존 강의 순위다툼
40년째 홀로 성당을 짓고있는 남자
숫자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아마존 원주민
피터지게 싸우는 볼리비아 사람들 - Tinku Festival


 

희한했나요? Oddly Enough에서 발행하는 글을 무료로 구독하세요. RSS 또는 이메일
트위터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엄~청 재미납니다. : ) Follow me!

CCL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가 정한 조건하에서만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Oddly Enough를 구독하시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Oddly Enough 구독자 수

피드 주소   구글 리더   한RSS

트위터

이메일 구독 이메일로 받아보기
 

이메일 구독신청 방법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 2008 Oddly Enough.
Oddly Enough is powered by Tistory. Blog Design is based on 960 grid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