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에 1,300가지 잡동사니가

2009. 2. 16. 15:14, 경제, 생활odlinuf

   대부분 여성은 외출할 때 항상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핸드백을 휴대하기 때문에 전화기, 수첩, 지갑 등등 어떤 물건을 수납할 공간이 풍부한 데 비해, 남성은(나는) 모든 것을 옷에 달린 호주머니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특히 정장차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옷을 얇게 입는 여름철이면 남자들은(역시 나는)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려 애쓰지만, 그렇다 한들 호주머니가 불룩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만약 허리띠라도 깜박 잊는 날이면 자꾸 흘러내리는 바지를 남들 몰래 감당해야 한다.

   작은 가방이라도 하나 들고 다니면 나으련만 거추장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간편하게 외출하는데 웬 가방?' 지갑, 열쇠, 휴대전화 때문에 가방을 들고 나가느니 차라리 호주머니가 많은 옷을 입는 게 편하다. 하지만, 집 밖을 나갈 때 항상 10여 가지 이상의 물건을 소지하는 사람에겐 가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2003년 프랑스판 기네스북에 한 사람의 이름이 올랐는데, 그 부문은 '가장 실용적인 옷을 가진 사람'이다. 'Crazy Eric' 또는 '인간 스위스 칼'로 불리는 이 사람은 가방 없이도 온몸 구석구석에 1,300가지의 물건을 넣어 다닌다. 기네스 기록으로 인정받을 당시엔 1,200가지였지만, 이후 100개가 더 늘어난 것이다. 2003년엔 더 실용적인 새 옷도 장만했다고 한다.

images via ericlefou.net. 크고 더 많은 사진 보기

   보시다시피, 그의 옷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뒤집어 보면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데 도대체 뭐가 들어 있나 살짝(한 80개 정도?) 엿보도록 하자.

상의
티스푼, 포크, 작은 거울, 여행용 화장지, 전구, 박하향 사탕, 헤드램프, 소형 선풍기, 욕조/세면대 마개, 3 소켓 플러그, 대기오염 측정기, 공기베개, 눈가리개, 스펀지, 비닐봉지, 공기 침대, 우비, 비스코스 재질 수건, 판초, 물 주머니, 수영복, (접이식) 여행 가방, 손수 특별히 제작한 텐트(일종의 침낭), 바지, 티셔츠, 양말, 선글라스, 카메라(MP3 플레이어 겸용), 약, 비타민 C, 고무줄, 접착제

하의
응급의료 세트, 우산, 테이프, 플라이어, 만능열쇠, 용접 도구, 철사, 필터 달린 빨대, 페인트붓, 클립, 핀, 윤활유, 접착제, 소형 건전지, 렌치, 자물쇠, 휴대용/전기 면도기, 치약, 칫솔, 샴푸, 헤어 젤, 향수, 다양한 콘돔

발목
DV 카세트, 망원경, 카메라용 건전지, 간식(meal bars), 여행용 화장지, 건전지, 액체 세제, 충전기, A4 크기 폴더, 옷걸이, 알루미늄 포일, 랩, 쓰레기 봉지, 경보장치, 필기도구, 접착제, 절단기, *telescopic magnetic pen, 마커, 수정액, 치약, 칫솔, 대중교통 지도, 명함 등 다양한 카드, 렌즈 청소용 헝겊, 면봉

* 구석에 떨어진 물건을 집거나 꽂아서 건질 수 있도록 끝에 자석이 달렸고 지시봉처럼 길게 늘일 수 있는 도구.

   위 목록은 Eric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기억나는대로' 적어 놓은 것 중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실제로 원하는 것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그가 이토록 많은 물건을 휴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기네스 기록을 세울 의도는 아니었고, 단순히 '이 상황에 이런 도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그 계기였다. 사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 터치 패드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마우스가 없을 때 마치 마우스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도구가 차곡차곡 쌓여가던 어느 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물건을 휴대한 사람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기록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건 하나 평균 10g으로 옷을 포함한 총 무게는 15kg이며, Eric은 수영장을 가거나 가까운 곳에 갈 때를 제외하곤 집 밖을 나설 때 항상 이 옷을 입는다. 아래 파일(.xls)은 그가 작성한 소지품 전체 목록이다.

   프랑스 여름도 꽤 더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름 멋쟁이는 쪄 죽고, 겨울 멋쟁이는 얼어 죽듯이' 더운 날에도 이 장비를 챙겨 입어야 하는 건가? 아마도 그가 이 옷을 벗으면 공중부양도 가능할 듯. 웹사이트 최종 갱신연도가 2003년인데, 현재 Eric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결론은, 남자도 핸드백 매고 다니게 해 주세요~! (응?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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