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모 카메라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2008. 12. 31. 21:49, 문화, 여행, 음식odlinuf
2008년 마지막은 이 글이 장식하는군요. 연말과 연모를 같이 장식할 만한 훈훈한 내용입니다. :-)
그리고, 지난번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리긴 했지만, 혹시나 못 받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책과 영화가 있다. 원제는 'Around the World in 80 Days'. 세계 일주는 내 인생의 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간 날 때 야금야금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한 번에 몰아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그런 여행 말이다. 현재는 그만한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거니와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앞으로 약 30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동반자와 함께.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짜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 운 좋은 녀석은 바로 아래 사진에 있는 한 대의 로모 필름 카메라. 이름은 'The Traveler'다.


이 카메라의 세계 여행은 2006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LA에 사는 Wojtek Gil이라는 사진작가(로 보임)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후 자신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36명을 모집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은 집에 가만히 있고 자신이 카메라를 소포로 받으면 단 한 장의 사진만 찍어서 다시 다음 순서의 참가자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엔 카메라의 도착 시각과 상태를 (Wojtek에게) 알려줘야 한다든지, 작업 기한, 카메라 작동 및 배송 시 유의사항 등 참가자를 위한 간단한 규칙이 있다. Wojtek은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3일 이내에 작업을 마치고 다음 사람에게 보내길 원했지만, 어디건 항상 돌발상황은 있게 마련이다. That's the way it is. C'est la vie. 다 그런 거지 뭐.

시작부터 삐걱대더니, 참가자들은 종종 3일을 넘겨 다음 사람에게 카메라를 넘겨줬다. 바빴다는 둥, 다른 곳에 가 있었다는 둥. 그들의 귀여운 핑계를 읽고 있자니 정감마저 느껴진다. 게다가 배송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 우편으로 카메라를 부칠 때마다 배송이 그만큼 더뎌졌으며, 아프리카 토고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건너갈 때는 주소가 잘못 적히는 바람에 약 5개월 동안 카메라 행방을 알 수 없는 위기를 겪기도 했었단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Around the World in One Camera'다. 프로젝트 블로그에서 카메라의 여정이나, 참가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받고 나서부터 다음 사람에게 부칠 때까지 Traveler와의 생활을 이 블로그에 적어 놨는데, 몇 개 읽어보니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고 어떤 곳에서는 이 카메라가 지역 신문에까지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The Traveler의 길고 긴 여정

카메라는 현재 위 지도상에 빨갛게 표시된 이웃 나라 중국의 난징에 있다. 여정을 대충 훑어 보니 이제 일본과 뉴질랜드만 남겨 놓은 듯한데, 왜 우리나라 참가자는 없었는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혹시나 지금도 참가 신청을 받는지 알아보니 이미 마감되었다는 글이 적혀있다.

처음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격려보다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3년여를, 그것도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버텨오다니 리더격인 Wojtek과 참여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큰 고장 없이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The Traveler'에게도. 이제 36개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참가자들이 어떤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을지 많이 기대도 되고, 부디 남은 여정에 큰 사고가 없기를 바란다.


Source: China Sm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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